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향수와 메마른 입술 사이, 정지용의 고향 옥천
그녀는 우아했고, 픽션의 세계에 어울렸지 - 소설가 서영은 선생과의 만남
[특집을 기획하며]포스트휴먼 시대의 징후와 전망 비인간적인, 너무나 비인간적인 ‘그녀’와 인간의 미래 - 포스트휴먼의 윤리와 철학 휴먼 가늠자로서의 포스트휴먼 - ‘프랑켄슈타인’에서 ‘로봇’까지, 과학소설의 진화 테크노포비아, 인간은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가 -영화로 시각화된 포스트휴먼 포스트휴먼 시대의 AI, 과학 기술의 발전 - 인공지능은 인간을 추월할 수 있을까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나의 아버지 ①항일문학을 완성한 ‘최후의 분대장’ - 나의 아버지 김학철 ② 맑고 깊고 높은 - 나의 아버지 박두진 ③임방울과 부케 - 나의 아버지 설창수 ④ “하루 두 끼를 굶더라도 한 줄 소설을 쓰자” - 나의 아버지 최태응
첫 번째｜추락한 이카로스와의 만남 두 번째｜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 줘* 세 번째｜구슬약 네 번째｜글을 쓰다
야구의 도입과 최초의 한글 야구규칙·용어집 『야구규칙』
대구,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 -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북성로와 동성로
기획특집
21세기 중반 어느 날 아침 정확히 출근 1시간 전이다. LED 전등이 켜지면서 음악이 흘러나와 회사원 A씨의 뇌를 활성화시켜 주고 피로를 풀어주는가 싶더니, LED로부터 아이-슈타인(AIstein)이 드디어 과학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통일장 문제를 풀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로봇 도우미가 주는 알약을 삼키고 옷을 입자 A씨의 생체 정보에 맞게 옷이 변형되었다. 파충류들이 직접 보냈다는 정확한 소식이라며 귀에 부착된 초소형 청각 센서로부터, 오늘 오후 1시쯤 도쿄 근처에 6.5 정도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으니 도쿄는 방문하지 말라는 경고 방송이 나온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뇌신경망을 기반으로 하는 알고리즘, 즉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말한다. 인공신경망은 그 개념이 1943년 처음 세상에 나온 뒤로, 침체기도 있었으나 최근에 급격히 발전하였다. 그 속도는 매우 놀랍다. IBM이 1997년에 개발한 딥블루는 인간 체스 챔피언을 무릎 꿇렸고, 급기야 2016년 3월에 있었던 구글의 알파고와 바둑 1인자 이세돌과의 게임에서 알파고의 승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한 게임에서 경우의 수가 10170 정도로 아주 복잡하고 직관력이 요구되는 바둑(Nature 529, 445-446)에서의 알파고의 승리는 AI가 머지않아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앞서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낳았다.
이와 같이 AI가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주요인으로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심층학습 기술을 들 수 있다. 우선 딥러닝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학
습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계도 학습시킬 수 있는데, 다층 구조로 된 인간 뇌의 뉴런을 모방하여 학습을 시키는 알고리즘이 딥러닝이다. 여기에서 학습은 입력 뉴런 층과 출력 층 사이에 복수의 숨겨진 층으로 구성된 심층 신경망에서 이뤄진다.
AI에서 사용하는 신경망에는 입력 데이터를 상위 계층으로 전달해 주는 순방향 신경망(FNN)과 1989년 리쿤이 문자 인식을 위해 이미지를 여러 개의 영역으로 나눠서 처리하는 컨볼루션 신경망(CNN), 그리고 음성이나 비디오 같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계열 데이터 처리에 흔히 사용하는 순환 신경망(RNN) 등이 있다. 특히 GPU 기반의 CNN 시스템이 객체 인식분야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것은 2012년에 토론토대학의 크리제브스키와 힌톤이 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이들은 논문에서 6천만 개의 파라미터와 65만 개의 뉴론으로 GPU 기반의 CNN 시스템(AlexNet)을 구성했으며, 120만 개의 고해상도 이미지로 AI를 심층학습시킴으로써 인식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사람들이 딥러닝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딥러닝은 스스로 주어진 많은 데이터를 통해서 무감독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발견하지 못하는 특징도 추론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기존에는 패턴을 분류시킬 때 이미 알고 있는 이미지들에 고양이, 개 등의 라벨을 붙여 학습을 시켰으나, 딥러닝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스탠포드대학의 앤드루 응 교수는 2012년에 데이터속에서 AI가 스스로 패턴을 분류하고 학습하는 것을 발견했다. 얼굴인식, 음성인식을 포함하여 모든 인식 분야에서 최근에 급격히 성능이 향상 된 이유도 딥러닝이라는 AI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잘 알려진 개념이었음에도 불구하고딥러닝 기술이 침체기를 겪었던 것은, 그동안 복잡한 구조의 신경망을 충분히 학습시킬 수 있는컴퓨팅 파워와 학습시킬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알고리즘도 좋아야 하지만, 학습시킬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와 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막강한컴퓨팅 파워가 있어야 한다. 이제는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과 반도체 저장 장치의 가격 하락으로비교적 쉽게 빅데이터(big data)를 모을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도 예전보다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요즘에 AI가 뜨는 이유도 빅데이터와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분산 병렬처리 컴퓨팅 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보자. 2015년에 레쿤은 네이처(Nature 521, 436-444)에서, 10~20개의 층과 유닛 사이의 연결이 10억 개 이상 있는 CNN 신경망을 학습시키는 데 2년 전만해도 몇 주가 걸렸지만, 이제는 1~2시간이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구글이 최근에 알파고를 개발할 수 있었던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세계 최고의 데이터 센터와 막강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이 있다. 최근에 페이스북, IBM(왓슨, 2011), 마이크로소프트(샤오밍, 2016) 등이 잇따라 첨단 AI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직까지 AI가 초보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매일 진화하면서 우리에게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실시간으로 관심 있는 뉴스를 화면 위에 띄워 주고, 유튜브도 흥미를 끌만한 동영상을 순서대로 모아서 보여 준다. 이러한 빅데이터 기반의 AI 기술은 벌써부터 의료,교육, 국방, 과학, 경제, 문화, 예술, 환경 등 전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수년 전에 비해서 성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있다.
길을 걸으면서도 지하철에서도 잠깐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보고 말하면서 기계와 소통한다. 스마트폰을 켜면 조금 전에 검색했던 궁금했던 자료들과 외식하고 싶은 음식점 목록들이 선호도순서대로 올라와 있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 없이는 불편을 느끼고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포스트휴먼 시대에 살고 있다는 징후이다. AI가 오늘에 이르게 된 데에는 반도체, 광통신, 컴퓨터, 뇌과학 분야 등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딥러닝과 함께 더욱 부각될 기술로 사물인터넷(IoT), 센서, 로봇, 생체 인터페이스 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IoT는 모든 사물에 센서나 컴퓨터 칩 또는 통신 부품을 내장시켜서 인터넷과 연계시키는 기술인데, 이 기술을 이용하면 외부에서 사물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할 수 있다. 여기서 사물은 전자 기기, 에너지 기기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사람을 포함하는 동식물에까지 확대시킬 수 있다. 각종 센서들이 개발되어 사물에 부착 또는 삽입된다면 구글 지도처럼 모든 사물에 대한 지도가 그려지고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마다 다양한 센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병원, 백화점, 호텔, 음식점에서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포스트휴먼 시대에서 센서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센서는 사물로부터 무언가의 변화를 감지하여 그 상태를 알아내는 장치이며, 센서의 접촉 유무에 따라서 접촉식과 비접촉식이 있다. 또한 어떠한 신호 변화를 감지하느냐에 따라서 광센서, 적외선 센서, 화학 센서, 바이오센서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은 IoT와 함께 지능화되고 갈수록 소형화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입는센서들이 곧 출현하고 머지않아 착용형 컴퓨터가 보편화될 것이다.
포스트휴먼 시대에는 인간도 AI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과 외부장치를 연결해 주는 다양한 생체 인터페이스 기술들이 나와야 한다. 일단 뇌가 생체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컴퓨터와 통신 장비에 연결되면, 엄청난 기억 용량의 증가와 함께 빠른 연산이 가능하며 외부와 직접 통신도 가능하다. 인간의 손, 발은 여러 모양의 신경계와 결합할 수 있는 로봇 부품으로 대신 갈아 끼울 수 있고, 손상되어도 재생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서 착용형 로봇을 입고 하늘을 날거나 군사 작전도 펼칠 수 있다. 그리고 몸에 있는 테라헤르츠 센서로 폭발물을 검출하고. 초음파 센서로 주변 지형을 탐색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처럼 끼운 센서를 통해서 보이지 않던 적외선 및 극자외선영역의 물체도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공중파와 통신 선로에서 새어나오는 신호에서부터, 생물체에서 나오는 신호 그리고 빅뱅 이후 우주에서 날아오는 신호에 이르기까지 각종 신호들로 가득하다. 이들 신호들은 다양하고 무한히 많다. 이것들을 수집하려면 우선 각양각색의 고성능의 센서가 필요하다. 일단 센싱 기술을 통해서 데이터들이 모아지면 딥러닝과 같은 AI 기술을 통해서 특별한 메시지들이 추출된다. 그리고 점점 더 AI는 진화하여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류에 결정적인 정보들을 가져다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의학, 우주 천문학, 입자 물리학 등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구 안에 서 발생하는 자연 현상과 관련된 메시지들만 잘 분석한다고 해도 우리의 삶은 더욱 안락해질 수 있다. 언젠가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메시지를 우리 귀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그날이 올 수도 있다. 그리고 머잖아 로봇 강아지들이 고양이들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도 목격할 것이다. 한편 어려운 연구를 하는 연구원들의 수는 점점 감소하여 AI 로봇으로 대치되고, 지능이 지금보다 뛰어난 소수의 연구원들은 남아서 AI에게 일을 시키고 결과를 분석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다. 이들은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 외에도 AI를 다룰 알고리즘과 로봇 기술에 익숙할 것이다. 이처럼 많은 계산과 고도로 훈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업종이나 위험한 직업은 점차 로봇으로 대치되겠지만, 그 대신 로봇들에게 일을 시키고 그들을 관리하는 수많은 일자리들이 새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가?
AI 기술이 지속적으로 진화하려면 알고리즘과 로봇 기술 이외에도 수많은 기술이 더불어 발전해야 한다. 중요한 몇 가지 기술만 살펴보자. 우선 컴퓨터 성능을 높여 주려면, 많은 소자들을 반도체 칩에 집적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반도체 칩의 성능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서 그동안 1~2년마다 2배씩 늘어났다. 하지만, 점점 포화되다가 올해에는 인텔에서 포기 선언까지 했다. 물론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앞으로 더 성능을 높여 볼 여지도 있겠으나 결국은 혁신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인터넷 기술을 살펴보자. 기존 통신 방법과는 달리 광통신은 빛에 데이터를 실어 광케이블로 보냄으로써 전자기파의 교란을 받지 않고 많은 정보를 멀리까지 전송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터넷의 유선 구간에서 사용하고 있다. 유선 광통신 시스템의 경우 70년대 말에 개발된 이후로 성능이 해마다 2배씩 1999년까지 증가하다가, 2000년 이후부터는 1.5년마다 2배씩 증가해오고 있다. 포화의 기미가 있을 때마다 파장분할 다중화와 같은 신기술들이 출현해서 아직까지 인터넷 트래픽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일반 무선 인터넷의 경우는 유선 인터넷에 비해서 훨씬 데이터전송속도가 낮고 그 발전 속도도 더디다. 때문에AI 로봇이 인간처럼 빠르게 판단하여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공급되는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유선 인터넷처럼 빠르게 수신할 수 있는 무선통신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수준에 근접하는 AI가 탄생하려면 무엇보다도 뇌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뇌처럼 동작하는 하드웨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뇌에는 대뇌 피질에만 100억 개 이상의 뉴런이 있고 여기에 10조 개가 넘는 시냅스들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 뇌는 처리 속도는 느려도, 엄청나게 빠른 기존 컴퓨터보다 우수하다. 그 이유는 우리의 뇌는 시냅스들을 통해서 병렬처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냅스 연결이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는점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Neuromorphic) 칩에 대한 연구 수준이 앞으로 기대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설치류의 지능정도 수준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 수준의 AI가 나오기까지는 앞으로도 기술적으로 해결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딥러닝과 같은 알고리즘은 더욱 더 효율적이고 지능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인터넷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자 인터넷기술도 상용화까지는 아직 멀었다. 뿐만 아니라갈수록 심각하게 폭증하고 있는 데이터를 앞으로 수십 년 뒤까지도 막힘없이 처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포토닉스 칩, 무선 광통신, 양자통신 그리고 광주파수 분할과 같은 기술이 크게 발전하여 널리 실용화되어야 한다. 컴퓨터도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줄 수 있는 양자나 광 컴퓨팅과 같은 새로운 컴퓨팅 기술이 나와서 기존 컴퓨터의 취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어야 한다. AI 기술은 모든 과학 기술과 인문학 기술이 집약된 기술이다. 모든 분야가 잘 융합될 때 우리는 AI의 도움으로 자연 환경과 질병을 지금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포스트휴먼 시대에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최근에 알파고가 바둑을 인간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것은 구글이 막강한 자산을 동원해서 게임 분야에서 이룬 성과물이기는 해도, 현재의 과학 기술과 AI 기술의발전 추세라면 점차 많은 분야에서 AI들이 인간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하거나 흥분할 필요는 없다.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기술적인 문제로 금방 그렇게우려할 만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점점 더 우리 속으로 깊이 들어올 AI에 대
비해서, 지금부터 그들을 깊이 이해하고 우리 삶 주변의 여러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
가 필요하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AI, 과학 기술의 발전 - 인공지능은 인간을 추월할 수 있을까
글 이경식 ㅣ 시인(필명 이시경),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대학 교수. 1955년생
시집 『쥐라기 평원으로 날아가기』 등
AI 기술은 모든 과학 기술과 인문학 기술이 집약된 기술이다. 모든 분야가 잘 융합될 때 우리는 AI의 도움으로 자연 환경과 질병을 지금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포스트휴먼 시대에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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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중반 어느 날 아침 정확히 출근 1시간 전이다. LED 전등이 켜지면서 음악이 흘러나와 회사원 A씨의 뇌를 활성화시켜 주고 피로를 풀어주는가 싶더니, LED로부터 아이-슈타인(AIstein)이 드디어 과학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통일장 문제를 풀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로봇 도우미가 주는 알약을 삼키고 옷을 입자 A씨의 생체 정보에 맞게 옷이 변형되었다. 파충류들이 직접 보냈다는 정확한 소식이라며 귀에 부착된 초소형 청각 센서로부터, 오늘 오후 1시쯤 도쿄 근처에 6.5 정도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으니 도쿄는 방문하지 말라는 경고 방송이 나온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뇌신경망을 기반으로 하는 알고리즘, 즉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말한다. 인공신경망은 그 개념이 1943년 처음 세상에 나온 뒤로, 침체기도 있었으나 최근에 급격히 발전하였다. 그 속도는 매우 놀랍다. IBM이 1997년에 개발한 딥블루는 인간 체스 챔피언을 무릎 꿇렸고, 급기야 2016년 3월에 있었던 구글의 알파고와 바둑 1인자 이세돌과의 게임에서 알파고의 승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한 게임에서 경우의 수가 10170 정도로 아주 복잡하고 직관력이 요구되는 바둑(Nature 529, 445-446)에서의 알파고의 승리는 AI가 머지않아 모든 분야에서 인간을 앞서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의 우려를 낳았다.
이와 같이 AI가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주요인으로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심층학습 기술을 들 수 있다. 우선 딥러닝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학
습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계도 학습시킬 수 있는데, 다층 구조로 된 인간 뇌의 뉴런을 모방하여 학습을 시키는 알고리즘이 딥러닝이다. 여기에서 학습은 입력 뉴런 층과 출력 층 사이에 복수의 숨겨진 층으로 구성된 심층 신경망에서 이뤄진다.
AI에서 사용하는 신경망에는 입력 데이터를 상위 계층으로 전달해 주는 순방향 신경망(FNN)과 1989년 리쿤이 문자 인식을 위해 이미지를 여러 개의 영역으로 나눠서 처리하는 컨볼루션 신경망(CNN), 그리고 음성이나 비디오 같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시계열 데이터 처리에 흔히 사용하는 순환 신경망(RNN) 등이 있다. 특히 GPU 기반의 CNN 시스템이 객체 인식분야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것은 2012년에 토론토대학의 크리제브스키와 힌톤이 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이들은 논문에서 6천만 개의 파라미터와 65만 개의 뉴론으로 GPU 기반의 CNN 시스템(AlexNet)을 구성했으며, 120만 개의 고해상도 이미지로 AI를 심층학습시킴으로써 인식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
사람들이 딥러닝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딥러닝은 스스로 주어진 많은 데이터를 통해서 무감독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발견하지 못하는 특징도 추론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기존에는 패턴을 분류시킬 때 이미 알고 있는 이미지들에 고양이, 개 등의 라벨을 붙여 학습을 시켰으나, 딥러닝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스탠포드대학의 앤드루 응 교수는 2012년에 데이터속에서 AI가 스스로 패턴을 분류하고 학습하는 것을 발견했다. 얼굴인식, 음성인식을 포함하여 모든 인식 분야에서 최근에 급격히 성능이 향상 된 이유도 딥러닝이라는 AI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잘 알려진 개념이었음에도 불구하고딥러닝 기술이 침체기를 겪었던 것은, 그동안 복잡한 구조의 신경망을 충분히 학습시킬 수 있는컴퓨팅 파워와 학습시킬 데이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확하고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서는 알고리즘도 좋아야 하지만, 학습시킬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와 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막강한컴퓨팅 파워가 있어야 한다. 이제는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과 반도체 저장 장치의 가격 하락으로비교적 쉽게 빅데이터(big data)를 모을 수 있다.
이와 같이 AI가 성공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주요인으로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심층학습 기술을 들 수 있다. 우선 딥러닝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리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스스로 학습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계도 학습시킬 수 있는데, 다층 구조로 된 인간 뇌의 뉴런을 모방하여 학습을 시키는 알고리즘이 딥러닝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도 예전보다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요즘에 AI가 뜨는 이유도 빅데이터와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분산 병렬처리 컴퓨팅 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보자. 2015년에 레쿤은 네이처(Nature 521, 436-444)에서, 10~20개의 층과 유닛 사이의 연결이 10억 개 이상 있는 CNN 신경망을 학습시키는 데 2년 전만해도 몇 주가 걸렸지만, 이제는 1~2시간이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구글이 최근에 알파고를 개발할 수 있었던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세계 최고의 데이터 센터와 막강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이 있다. 최근에 페이스북, IBM(왓슨, 2011), 마이크로소프트(샤오밍, 2016) 등이 잇따라 첨단 AI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아직까지 AI가 초보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매일 진화하면서 우리에게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실시간으로 관심 있는 뉴스를 화면 위에 띄워 주고, 유튜브도 흥미를 끌만한 동영상을 순서대로 모아서 보여 준다. 이러한 빅데이터 기반의 AI 기술은 벌써부터 의료,교육, 국방, 과학, 경제, 문화, 예술, 환경 등 전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수년 전에 비해서 성능이 뛰어난 슈퍼컴퓨터가 내장된 스마트폰을 휴대하고 있다.
길을 걸으면서도 지하철에서도 잠깐 휴식을 취하는 동안에도 보고 말하면서 기계와 소통한다. 스마트폰을 켜면 조금 전에 검색했던 궁금했던 자료들과 외식하고 싶은 음식점 목록들이 선호도순서대로 올라와 있다.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 없이는 불편을 느끼고 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포스트휴먼 시대에 살고 있다는 징후이다. AI가 오늘에 이르게 된 데에는 반도체, 광통신, 컴퓨터, 뇌과학 분야 등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앞으로 딥러닝과 함께 더욱 부각될 기술로 사물인터넷(IoT), 센서, 로봇, 생체 인터페이스 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IoT는 모든 사물에 센서나 컴퓨터 칩 또는 통신 부품을 내장시켜서 인터넷과 연계시키는 기술인데, 이 기술을 이용하면 외부에서 사물을 직접 모니터링하고 컨트롤할 수 있다. 여기서 사물은 전자 기기, 에너지 기기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사람을 포함하는 동식물에까지 확대시킬 수 있다. 각종 센서들이 개발되어 사물에 부착 또는 삽입된다면 구글 지도처럼 모든 사물에 대한 지도가 그려지고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람마다 다양한 센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병원, 백화점, 호텔, 음식점에서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포스트휴먼 시대에서 센서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이다. 센서는 사물로부터 무언가의 변화를 감지하여 그 상태를 알아내는 장치이며, 센서의 접촉 유무에 따라서 접촉식과 비접촉식이 있다. 또한 어떠한 신호 변화를 감지하느냐에 따라서 광센서, 적외선 센서, 화학 센서, 바이오센서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은 IoT와 함께 지능화되고 갈수록 소형화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입는센서들이 곧 출현하고 머지않아 착용형 컴퓨터가 보편화될 것이다.
포스트휴먼 시대에는 인간도 AI처럼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과 외부장치를 연결해 주는 다양한 생체 인터페이스 기술들이 나와야 한다. 일단 뇌가 생체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컴퓨터와 통신 장비에 연결되면, 엄청난 기억 용량의 증가와 함께 빠른 연산이 가능하며 외부와 직접 통신도 가능하다. 인간의 손, 발은 여러 모양의 신경계와 결합할 수 있는 로봇 부품으로 대신 갈아 끼울 수 있고, 손상되어도 재생이 가능하다. 더 나아가서 착용형 로봇을 입고 하늘을 날거나 군사 작전도 펼칠 수 있다. 그리고 몸에 있는 테라헤르츠 센서로 폭발물을 검출하고. 초음파 센서로 주변 지형을 탐색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안경이나 콘택트렌즈처럼 끼운 센서를 통해서 보이지 않던 적외선 및 극자외선영역의 물체도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공중파와 통신 선로에서 새어나오는 신호에서부터, 생물체에서 나오는 신호 그리고 빅뱅 이후 우주에서 날아오는 신호에 이르기까지 각종 신호들로 가득하다. 이들 신호들은 다양하고 무한히 많다. 이것들을 수집하려면 우선 각양각색의 고성능의 센서가 필요하다. 일단 센싱 기술을 통해서 데이터들이 모아지면 딥러닝과 같은 AI 기술을 통해서 특별한 메시지들이 추출된다. 그리고 점점 더 AI는 진화하여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류에 결정적인 정보들을 가져다주고, 그렇게 함으로써 의학, 우주 천문학, 입자 물리학 등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구 안에 서 발생하는 자연 현상과 관련된 메시지들만 잘 분석한다고 해도 우리의 삶은 더욱 안락해질 수 있다. 언젠가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메시지를 우리 귀로 직접 들을 수 있는 그날이 올 수도 있다. 그리고 머잖아 로봇 강아지들이 고양이들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도 목격할 것이다. 한편 어려운 연구를 하는 연구원들의 수는 점점 감소하여 AI 로봇으로 대치되고, 지능이 지금보다 뛰어난 소수의 연구원들은 남아서 AI에게 일을 시키고 결과를 분석하는 일을 맡게 될 것이다. 이들은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 외에도 AI를 다룰 알고리즘과 로봇 기술에 익숙할 것이다. 이처럼 많은 계산과 고도로 훈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업종이나 위험한 직업은 점차 로봇으로 대치되겠지만, 그 대신 로봇들에게 일을 시키고 그들을 관리하는 수많은 일자리들이 새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AI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가?
AI 기술이 지속적으로 진화하려면 알고리즘과 로봇 기술 이외에도 수많은 기술이 더불어 발전해야 한다. 중요한 몇 가지 기술만 살펴보자. 우선 컴퓨터 성능을 높여 주려면, 많은 소자들을 반도체 칩에 집적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반도체 칩의 성능은 무어의 법칙에 따라서 그동안 1~2년마다 2배씩 늘어났다. 하지만, 점점 포화되다가 올해에는 인텔에서 포기 선언까지 했다. 물론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앞으로 더 성능을 높여 볼 여지도 있겠으나 결국은 혁신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인터넷 기술을 살펴보자. 기존 통신 방법과는 달리 광통신은 빛에 데이터를 실어 광케이블로 보냄으로써 전자기파의 교란을 받지 않고 많은 정보를 멀리까지 전송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터넷의 유선 구간에서 사용하고 있다. 유선 광통신 시스템의 경우 70년대 말에 개발된 이후로 성능이 해마다 2배씩 1999년까지 증가하다가, 2000년 이후부터는 1.5년마다 2배씩 증가해오고 있다. 포화의 기미가 있을 때마다 파장분할 다중화와 같은 신기술들이 출현해서 아직까지 인터넷 트래픽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일반 무선 인터넷의 경우는 유선 인터넷에 비해서 훨씬 데이터전송속도가 낮고 그 발전 속도도 더디다. 때문에AI 로봇이 인간처럼 빠르게 판단하여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공급되는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유선 인터넷처럼 빠르게 수신할 수 있는 무선통신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수준에 근접하는 AI가 탄생하려면 무엇보다도 뇌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뇌처럼 동작하는 하드웨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뇌에는 대뇌 피질에만 100억 개 이상의 뉴런이 있고 여기에 10조 개가 넘는 시냅스들이 연결되어 있다. 우리 뇌는 처리 속도는 느려도, 엄청나게 빠른 기존 컴퓨터보다 우수하다. 그 이유는 우리의 뇌는 시냅스들을 통해서 병렬처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냅스 연결이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는점 때문이다. 이러한 인간의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Neuromorphic) 칩에 대한 연구 수준이 앞으로 기대되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설치류의 지능정도 수준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인간 수준의 AI가 나오기까지는 앞으로도 기술적으로 해결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딥러닝과 같은 알고리즘은 더욱 더 효율적이고 지능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인터넷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양자 인터넷기술도 상용화까지는 아직 멀었다. 뿐만 아니라갈수록 심각하게 폭증하고 있는 데이터를 앞으로 수십 년 뒤까지도 막힘없이 처리할 수 있기 위해서는, 포토닉스 칩, 무선 광통신, 양자통신 그리고 광주파수 분할과 같은 기술이 크게 발전하여 널리 실용화되어야 한다. 컴퓨터도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줄 수 있는 양자나 광 컴퓨팅과 같은 새로운 컴퓨팅 기술이 나와서 기존 컴퓨터의 취약점을 보완해 줄 수 있어야 한다. AI 기술은 모든 과학 기술과 인문학 기술이 집약된 기술이다. 모든 분야가 잘 융합될 때 우리는 AI의 도움으로 자연 환경과 질병을 지금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포스트휴먼 시대에 안락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최근에 알파고가 바둑을 인간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것은 구글이 막강한 자산을 동원해서 게임 분야에서 이룬 성과물이기는 해도, 현재의 과학 기술과 AI 기술의발전 추세라면 점차 많은 분야에서 AI들이 인간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두려워하거나 흥분할 필요는 없다.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기술적인 문제로 금방 그렇게우려할 만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점점 더 우리 속으로 깊이 들어올 AI에 대
비해서, 지금부터 그들을 깊이 이해하고 우리 삶 주변의 여러 분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
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