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향수와 메마른 입술 사이, 정지용의 고향 옥천
그녀는 우아했고, 픽션의 세계에 어울렸지 - 소설가 서영은 선생과의 만남
[특집을 기획하며]포스트휴먼 시대의 징후와 전망 비인간적인, 너무나 비인간적인 ‘그녀’와 인간의 미래 - 포스트휴먼의 윤리와 철학 휴먼 가늠자로서의 포스트휴먼 - ‘프랑켄슈타인’에서 ‘로봇’까지, 과학소설의 진화 테크노포비아, 인간은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가 -영화로 시각화된 포스트휴먼 포스트휴먼 시대의 AI, 과학 기술의 발전 - 인공지능은 인간을 추월할 수 있을까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나의 아버지 ①항일문학을 완성한 ‘최후의 분대장’ - 나의 아버지 김학철 ② 맑고 깊고 높은 - 나의 아버지 박두진 ③임방울과 부케 - 나의 아버지 설창수 ④ “하루 두 끼를 굶더라도 한 줄 소설을 쓰자” - 나의 아버지 최태응
첫 번째｜추락한 이카로스와의 만남 두 번째｜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 줘* 세 번째｜구슬약 네 번째｜글을 쓰다
야구의 도입과 최초의 한글 야구규칙·용어집 『야구규칙』
대구,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 -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북성로와 동성로
「등을 잃었다」 외
김성대 ㅣ 시인. 1972년생
시집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사막 식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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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하다고 하면서 명백히 덮는다. 정확하다고 하면서
정확히 숨긴다. 진실을 기피하는 자들. 한 줌 침묵으로
진실을 가린다. 한 방울 거짓으로 진실을 흐린다.
의문을 삼키고 침묵하라는 자들.
거짓과 침묵이 손을 잡으면 침몰이 된다. 부정과
사이비가 손을 잡으면 참사가 된다. 무책임과 탐욕이
결탁하면 살인이 된다.
거짓을 묵인하는 자들. 의문을 삼키기 시작하면
진실을 삼키게 되고 진실을 삼키면 자신을 삼키게
된다. 자신을 기만하는 자들. 그리하여 지금 이렇게
묻는다. 진실을 불편하게 느끼는 자들은 누구인가.
진실을 불편하게 만드는 자들은 누구인가.
등을 잃었다
등을 잃었다
등을 잃었다
가리고 가려도 등이 없다
등을 잃었다는 사실을 숨길 수가 없다
등을 잃자 사람들은 등만 쳐다보았다
고개도 갸웃거리지 않고
엑스레이같이 적나라한 나안들
등에 힘을 줄 수가 없다
등짝을 잃었는데 과거를 잃은 것 같다
단짝을 잃은 것 같다
등 뒤의 놀
없는 등이 가려우면 등으로 등을 긁는다
없는 등을 토닥이는
텅 빈 자세
등을 잃은 게 나뿐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밤중에 등을 고르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등받이를 모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등도 없는데 어디다 쓰려고요?
쓸데가 없으니까 좋아 보여서요. 등을 기념할 수도 있고.
겨울비 온다
비의 실뿌리 하나하나
없는 등을 들쑤시고
없는 등으로 박히는 시린 소리
나를 추려낸다
가릴 수 없다
가리킬 수 없다
이제 가슴을 잃어요. 그게 있어 힘들었잖아요.
튜브
언제 튜브 속으로 들어온 거지?
언제 안과 밖이 뒤집힌 거지?
튜브 속의 공기는 얼마나 남았지?
바람이 빠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튜브 속에서 납작해지는 아이들이 여름마다 있다
튜브 속에 고이는 숨
튜브 안쪽에서 돋아나는 손바닥
숨은 인공 호흡이고
빛은 출구가 아니다
속을 쥐어짜며 두꺼워져 간 바깥
속을 나와 밖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쥐어짜지 않아도 속속들이 우러나고 있어요 다 우러나면
당신들이 될 거니까 시간을 줘요 진해지기까지 내버려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