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향수와 메마른 입술 사이, 정지용의 고향 옥천
그녀는 우아했고, 픽션의 세계에 어울렸지 - 소설가 서영은 선생과의 만남
[특집을 기획하며]포스트휴먼 시대의 징후와 전망 비인간적인, 너무나 비인간적인 ‘그녀’와 인간의 미래 - 포스트휴먼의 윤리와 철학 휴먼 가늠자로서의 포스트휴먼 - ‘프랑켄슈타인’에서 ‘로봇’까지, 과학소설의 진화 테크노포비아, 인간은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가 -영화로 시각화된 포스트휴먼 포스트휴먼 시대의 AI, 과학 기술의 발전 - 인공지능은 인간을 추월할 수 있을까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 나의 아버지 ①항일문학을 완성한 ‘최후의 분대장’ - 나의 아버지 김학철 ② 맑고 깊고 높은 - 나의 아버지 박두진 ③임방울과 부케 - 나의 아버지 설창수 ④ “하루 두 끼를 굶더라도 한 줄 소설을 쓰자” - 나의 아버지 최태응
첫 번째｜추락한 이카로스와의 만남 두 번째｜부탁이니 제발 조용히 해 줘* 세 번째｜구슬약 네 번째｜글을 쓰다
야구의 도입과 최초의 한글 야구규칙·용어집 『야구규칙』
대구, 수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 -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북성로와 동성로
② 맑고 깊고 높은 - 나의 아버지 박두진
글 박영하 ㅣ 박두진의 삼남,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1954년생
박두진(1916-1998년) ㅣ 시인. 경기 안성 출생. 이화여대, 연세대 교수 역임. 시집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 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하늘이 많이 보이는 산 밑자락에 자리 잡은 나의 작업실에서 가끔씩 되뇌어보는 아버지의 「하늘」이다. 그냥 좋다. 마음이 편해지다가 또 벅차오르기도 한다. 그런 하늘을 마냥 쳐다보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립다. 아버지가.
한 편의 詩, 바라보는 하늘이 아닌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그런 하늘이다.
예술가의 마음, 아버지의 마음, 생각, 자연관, 인생관을 한 줄의 글을 통해 담아내셨다.
오늘 이른 아침 더 맑고 푸른 하늘은 나에게 희망과 순수함을 가르친다.
나에게 하늘 보기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아버지를 생각한다. 모습을 떠올리며 아버지의따뜻한 손잡음을 그리워한다. 손을 자주 잡아주셨다.손잡음으로 모든 사랑과 얘기를 대신해주셨다.생각하시는 모습, 글 쓰시는 모습, 기도하시는 모습.사람을 아끼고 사랑하셨던 다정한 모습들이 평범한아버지의 모습 같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너무 많은사랑과 가르침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 또 깨닫게 된다.이제야 예술가의 길을 가고 있는 나에게 하늘처럼 큰 가르침을 주신 분이 아버지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맑을 수가 있을까?
그렇게 깊을 수가 있을까?
그렇게 높을 수가 있을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보고 느낀 아버지의 모습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훌륭한 삶이
었는지를 이제 새삼 느끼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냥 아버지를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자연, 인간, 예술에 대한 큰 가르
침이고 격려이고 반성이다.
항상 조용히 생각하시고 조용히 말씀하시면서도 기백과 부드러움을 함께 지니신 너무 따뜻
하신 아버지. 항상 긴장하신 것 같아도 여유 있는 가슴과 생각과 멋을 아시는 아버지.
하늘이 넓고 푸른 것도, 꽃이 아름다운 것도,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고 자유롭다는
것을 보고 느끼게 해주신 것도 아버지이다. 아버지가 계셨기에 조금씩 알게 되었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버지를 생각한다. 모습을 떠올리며 아버지의 따뜻한 손잡음을 그리워한다. 손을 자주 잡
아주셨다. 손잡음으로 모든 사랑과 얘기를 대신해주셨다.
생각하시는 모습, 글 쓰시는 모습, 기도하시는 모습.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셨던 다정한 모습들이 평범한 아버지의 모습 같았지만 그 평범함 속에
너무 많은 사랑과 가르침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 또 깨닫게 된다.
지금 내 삶이 부끄러워진다.
걸음걸이, 기침소리가 아버지와 닮았다며 나를 보며 아버지를 떠올리시는 어머니.
어머니는 또 얼마나 아버지가 그리우실까?
사랑으로 함께 하셨던 두 분의 삶이 생각난다.
지금 혼자 계신 어머니도 아버지를 그냥 그리워하시는 거겠지. 외롭지 않게 아직 아버지의 사
랑을 담고 계시겠지.
항상 우리 곁에 계시는 아버지. 그냥 그리울 뿐이다.
더 큰 세상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
그곳에서 우리를 안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