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

대산문화 표지

낙화落花

영국의 시 축제들

시인은 청진기, 아픔을 듣고 붉은 꽃을 처방한다

여성의 눈으로 희망 찾기

특집을 기획하며 민족의 의지와 행운이 함께한「독립선언서」 작성 과정 한민족의 독립의지를 국제사회에 알린 영문 「3·1독립선언서」 「독립선언서」에서 배제된 여성들의 「대한독립여자선언서」 「독립선언서」에 담긴 이상과 현실

이야기꾼의 운명, 이야기의 힘

SNS는 눈, 유튜브 문학은?

“깨끗한 것이 선악보다 낫다”

자동차

고리키세계문학연구소에서

일출(日出), 빛과 색 이야기

그래 살아봐야지 너도 나도 공이 되어 쓰러지는 법이 없는 둥근 공처럼

모든 순간들이 한국문학이고 ≪현대문학≫이다

하필이면

김점순 어머니

가면 오리, 오면 십리

티브이를 보다가,뼈 펴는 소리 포스터

행자가 사라졌다! 눈과 사람과 눈사람

불꽃놀이

「동시대 문학의 시간착오와 불안」에 부쳐

운이 좋은 이유 작가, 같이 아픈 사람들이 주는 큰 위안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세밀하게, 간결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LOVE NEVER FAILS

“차(茶)란 먼저 형태를 만들고 마음을 담는거야”

역사가 인류에 대해 말해주는 것

다르게 또 새롭게, 문학 안에서 전진하는 페미니즘

통째로 얼지 않으려고

“죽음의 그림자 가운데 써나간 고통의 기록”

터키인들도 ‘타는 목마름’을 아는가!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대산창작기금,대산청소년문학상 등

2019 대산창작기금 및 한국문학 번역·연구·출판지원 공모 등

오늘의 화제작

역사가 인류에 대해 말해주는 것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글 임지영 ㅣ 시사IN 문화팀 기자, 1984년생 저서 『다시 기자로 산다는 것』(공저) 등

 

젠가부터 유발 하라리라는, 낯선 발음의 이름이 귀에 익었다. 시작은 전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되기도 한 그의 책 『사피엔스』였다. 지난 3년간 그의 ‘인류 3부작’이 국내에 번역되어 나왔다. 언론사가 꼽은 ‘올해의 책’에도 자주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도 구미가 잘 당기지 않았다. ‘천만 관객 영화’를 일단 미뤄두고 보는 심정과도 비슷했다. 그러는 사이, 조만간 읽어야 할 ‘숙제 같은 책’이 되었다. 무엇보다 대충 훑어본 관련 기사에 이런 말들이 눈에 띄었다.
‘기술 문명은 발전했지만 인간이 행복해졌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기술을 이용해 천국을 건설할 수도 있고 지옥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식의 관점은 전혀 새로워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말 같았다. 약간의 통찰력만 동원하면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었다.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우리가 얻은 게 사고력이 아니라 손가락 관절염과 안과 질환인 것처럼 말이다. 2015년 출간된 이후 여전히 사람들은 『사피엔스』를 읽는다. ‘하라리 열풍’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었다. 뒤늦게 책을 들었다가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당연해 보이는 명제들일수록 그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서사가 필요했다.


1976년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난 유발 하라리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역사학과에 재직 중이다. 그는 세계사, 중세사 및 군대의 역사를 전공했다. 그의 연구는 다음과 같은 거시적인 역사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사와 생물학의 관계는 무엇인가? 호모 사피엔스와 다른 동물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역사에 정의가 있는가? 역사에는 방향이 있는가? 역사가 전개되면서 사람들은 더 행복해졌는가? 과학 기술은 21세기에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가? 『사피엔스』는 연구자로서 그가 가지고 있는 질문들에 대한 답이 요약적으로 담겨있는 책이다.
사피엔스는 20여만 년 전 등장했다. 동아프리카를 떠돌며 수렵생활을 하던 인간 종이다. 약 5만 년 전,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은 완전히 다른 종은 아니지만 ‘대체로 별개의 종’이었다. 3만 년 전만 해도 여섯 종의 인간이 있었지만 사피엔스만 남았다. 생물학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종이기도 했다. 살던 지역을 떠나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사피엔스는 생태계의 최상층부로 올라갔다. ‘생태학적 연쇄살인범’으로도 불렸다. 이들이 지난 자리에는 희생자의 흔적이 길게 남았다. 모든 종을 통틀어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공격적으로 세상을 지배한 건 협동할 수 있는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대규모 협동 시스템은 종교, 정치, 제도 등 허구를 기반으로 했다. 종교와 제국주의 등을 지나며 지배 능력은 더 강화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약자가 이기는 것을 보고 싶어 하지만 역사에 정의란 없다.’ 저자가 생물학과 역사학을 넘나드는 동안 ‘차갑게’ 확인하는 사실이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세 가지 혁명으로 파악한다.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이다. 인지혁명은 7만 년 전부터 3만 년 전 사이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이다. 이 시기 인간은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농업사회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덫에 걸렸다. 수렵 채집인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았지만 농업인들은 달랐다. 식량을 비축할 수 있었고 미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식량이 늘고 번영을 이뤘지만 먹고살아야 할 인구 역시 폭발적으로 늘었고 전보다 더 일해야 했다. 특권을 가진 엘리트에게 잉여 농산물이 집중됐다. 500년 전에 일어난 과학 혁명은 소비를 부추기고 환경파괴를 일으켰다. 생명공학 혁명은 진행 중이고 앞으로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알면 알수록 역사에 정의란 없는 것 같다. 인간성에 대해서도 성찰하게 된다.
거시적인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미시적 측면에서 의외의 질문을 던진다. 가령 이런 점들이다. 뇌가 커지면 지적인 능력 또한 커져 마냥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뇌가 커지는 데 대가가 필요했다. 근육에 쓸 에너지를 뉴런에 투입했고 식량을 찾아다니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생존하기 좋은 조건이 결코 아니었다. 뒷담화의 효용 같은 것도 눈에 띈다. 이것은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을 하려면 사실상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허구’ 역시 인간으로 하여금 상상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성경의 창세기, 신화 같은 것들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협력할 수 있는 힘이 나왔다. 제국주의자라는 말은 지금에 와선 ‘거의 최고의 정치적 욕설’이지만 덕분에 다양한 소수민족과 생태적 지역들이 하나의 정치 체제하에 묶일 수 있었다. 제국이 무너진다고 해서 피지배 민족들이 독립하는 일 또한 드물었다.
유발 하라리는 채식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동물들의 처지에 관한 언급도 나와 있다. 단순히 자연 파괴라는 비평을 넘어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생태계를 바라본다. 동성애와 여성성 등에 대한 언급도 눈길이 간다. 최근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신선한 시각을 제공한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글을 쓸 때 ‘이야기가 스스로 쓰이도록 한다’고 말했다. 당시엔 갸웃했지만 읽다 보니 알 것 같았다. 어떤 화두를 다루든 간에 그는 이야기하듯 말한다. 스토리텔링은 힘이 세다. 두꺼운 책을 단숨에 넘기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후기에서 말한다. 인간의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의 목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나 지금이나 불만족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라고. 답을 주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인류란 무엇인가. 읽는 내내 계속해서 되묻게 된다.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불만스러워하며 무책임한 신들, 이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