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을 기획하며 동아시아문학 공동의 집 시간과 우리 작가와 작품, 독자와 현실의 틈새에 서서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➍ 작품교류-전통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➎ 작품교류-차이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➏ 작품교류-미래 ①주요 발제문 다시 읽기➐ 작품교류-독자 ②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 참관기 ③한중일 대표 공동 기자간담회
속간 《문예중앙》, 2010년 가을 통권 제123호로부터
숲은 아름답고 깊지만 내겐 지켜야 할 약속이 있네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있네
①기차를 타고 밤 약속,월동준비 ②당분간 달콤,홀로그래피
①최근 역사 영화의 한 경향에 대해 ②그러면, 그러면, 그러면 ③주인도 제목도 없는
오늘의 화제작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문학)이 인간의 행동을 모방한다고 말했다. 달리 말하자 면, 작품 속 인물의 행동을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 알고자 해서 발명한 장치가 문학이다. 문학 은 특정 성격을 가진 인간을 가상의 사태 속에 던져 넣고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살핌으로써 세계의 전체성 속에서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해준다. 문학은 ‘인간 행동의 인문학’이 며, 이야기의 힘은 여기로부터 나온다.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은 일종의 ‘인간 행동의 물리학’을 추구한다. 저자는 “인간은 과학적 으로 탐구하기엔 너무 복잡한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과학이 아닌 것으로 탐험하기엔 너무 나 소중”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의 렌즈를 통해 “복잡한 정보처리를 수행하는 신경세포 들의 사회”인 뇌를 들여다봄으로써 인간이 선택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를 결정하고 행동을 일 으키는지를 탐색한다. 마음은 물리적 실체로 ‘어느 정도’ 표시될 수 있으며, 특히 “1.4킬로그램 의 우주”인 뇌의 물리학을 통해 접근할 때,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발상이 이러한 탐색 아래에 깔려 있다.
뛰어난 화술로 유명한 저자의 강연을 모은 덕분인지, 책의 전반적 어조는 친절하고 평이하다. 풍부한 사례와 시의적절한 유머가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저자의 도구는 두 가지, 1950년대 이후 발전해 온 신경과학 및 인지과학의 성과와 1990년대 중반 f-MRI의 등장 이래 획기적 으로 진전된 뇌 과학의 최신 실험 결과다. 그리고 이 자료들을 창의성, 선택, 결핍, 결정 장애, 새해 결심, 습관 고치기, 미신 등과 같은 우리의 일상 행동과 연결하는 것은 저자의 훈련된 호 기심과 끈질긴 탐구 정신이다(어쩌면 이쪽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 책은 “뇌에 복잡계 과학을 적용”함으로써 인간이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행동을 개선하여 삶의 잘못된 경로를 바꾸는 방법을 알려준다. 현대 과학이라는 현미경을 이용해 인간 뇌의 지도를 인간 마음의 지도와 일일이 대조해 가면서, 이 책은 인간 심리의 비밀스러운 경로 를 선명히 보여주는 뇌의 심리학을 구성하는 동시에 인생 리셋이 필요할 때마다 풍부한 영감을 제공하는 자기 계발의 과학을 시도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쩐지 ‘작심삼일’이 고작인 인생을 확실히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저자는 이를 ‘새로 고침’이라고 부른다.
누구나 한번쯤 인생을 바꾸고 싶어 한다. 삶을 새로 살고 싶다는 욕망은 연초가 되면 아주 아주 커져서, 사람마다 다이어트, 금연, 운동 등 묵은해와 달리 살겠다는 온갖 결심을 한다. 당 연히 결과는 대부분 실패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 중 77퍼센트는 새해 결심을 일주일 정도 지키고, 고작 10퍼센트 정도가 ‘새로 고침’에 성공하는 편이다. 이유는 뇌 때문이다.
인생을 새로 고침 하려면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하고, 뇌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뇌를 바꾸는 일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기에 아주 어렵 다. 뇌는 인간 몸무게의 2퍼센트만 차지하지만, 먹는 음식 에너지의 25퍼센트를 사용하므로, 진화적으로 뇌는 에너지를 되도록 적게 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뇌는 최소 노력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습관이 형성되면, 작동 패턴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 마치 여행을 가면 열심히 길을 탐색해서 최적의 경로를 찾으려 하지만, 회 사에 출근할 때에는 매일 비슷한 경로를 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일상적 과제를 반복 수행할 때 뇌는 보상치를 높이는 대신,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이를 반복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를 줄이는 쪽으로 움직인다(그러므로 좋은 삶을 살려면, 처음에 좋은 습관을 이룩하는 것이 무 척 중요하다). 심각한 병에 걸리거나 직장을 옮기거나 이사를 가거나 하는 식의 커다란 변화가 없는 경우, 인생을 고쳐 쓰는 것은 이래서 무척 힘들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삶을 리셋하는 능력도 타고났다. ‘후회하는 능력’이다. 실망과 후회는 다르다. 실망은 선택하기 전에 기대했던 값에 못 미친 후 생겨나는 감정이고, 후회는 A를 선택 한 후의 결과와 B를 선택했을 때의 기댓값을 비교했을 때 솟아나는 감정이다. 선택하지 않은 것 의 결과를 머릿속으로 떠올려야 하기에 후회는 영장류만 가지고 있는 고등한 능력이다. 후회를 진화시켜 왔기에 인간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인생을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가장 유념할 것은 인간이 그다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은 이상한 편향으로 가득하고,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익숙한 경로대로만 생각하고, 잘못됐음을 알아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존재다. 인간 뇌의 기본 구조는 주변 환경이 느리게 변화하는 수렵채집 사회에 맞추어 진화했는데,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현대사회에서 살아가기에 좀처럼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변화하는 사회에 잘 적응하려면, 즉 창의적으로 살아가려면 서로 떨어져 있는 뇌의 영역들이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낯선 곳을 여 행하고,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며,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 훌륭하다. 무엇보다 판단이 잘 안 서는 경우엔 일단 시도하고 실패하는 쪽이 나으며, 이를 사회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이 책은 뇌과학을 중심에 둔 채로 인간을 해부하고 사회를 통찰한다. 세계 경제에서 아이들 교육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관심은 정말 폭넓다. 책을 덮고 나면 든든한 가이드와 함께 온 세상을 여행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인생 리셋을 위한 자기 계발의 과학
-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
글 장은수 ㅣ 평론가, 1968년생
저서 『출판의 미래』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짓말』(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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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문학)이 인간의 행동을 모방한다고 말했다. 달리 말하자 면, 작품 속 인물의 행동을 통해 인간이 무엇인지 알고자 해서 발명한 장치가 문학이다. 문학 은 특정 성격을 가진 인간을 가상의 사태 속에 던져 넣고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살핌으로써 세계의 전체성 속에서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해준다. 문학은 ‘인간 행동의 인문학’이 며, 이야기의 힘은 여기로부터 나온다.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은 일종의 ‘인간 행동의 물리학’을 추구한다. 저자는 “인간은 과학적 으로 탐구하기엔 너무 복잡한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과학이 아닌 것으로 탐험하기엔 너무 나 소중”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과학의 렌즈를 통해 “복잡한 정보처리를 수행하는 신경세포 들의 사회”인 뇌를 들여다봄으로써 인간이 선택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를 결정하고 행동을 일 으키는지를 탐색한다. 마음은 물리적 실체로 ‘어느 정도’ 표시될 수 있으며, 특히 “1.4킬로그램 의 우주”인 뇌의 물리학을 통해 접근할 때,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발상이 이러한 탐색 아래에 깔려 있다.
뛰어난 화술로 유명한 저자의 강연을 모은 덕분인지, 책의 전반적 어조는 친절하고 평이하다. 풍부한 사례와 시의적절한 유머가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저자의 도구는 두 가지, 1950년대 이후 발전해 온 신경과학 및 인지과학의 성과와 1990년대 중반 f-MRI의 등장 이래 획기적 으로 진전된 뇌 과학의 최신 실험 결과다. 그리고 이 자료들을 창의성, 선택, 결핍, 결정 장애, 새해 결심, 습관 고치기, 미신 등과 같은 우리의 일상 행동과 연결하는 것은 저자의 훈련된 호 기심과 끈질긴 탐구 정신이다(어쩌면 이쪽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 책은 “뇌에 복잡계 과학을 적용”함으로써 인간이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행동을 개선하여 삶의 잘못된 경로를 바꾸는 방법을 알려준다. 현대 과학이라는 현미경을 이용해 인간 뇌의 지도를 인간 마음의 지도와 일일이 대조해 가면서, 이 책은 인간 심리의 비밀스러운 경로 를 선명히 보여주는 뇌의 심리학을 구성하는 동시에 인생 리셋이 필요할 때마다 풍부한 영감을 제공하는 자기 계발의 과학을 시도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어쩐지 ‘작심삼일’이 고작인 인생을 확실히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저자는 이를 ‘새로 고침’이라고 부른다.
누구나 한번쯤 인생을 바꾸고 싶어 한다. 삶을 새로 살고 싶다는 욕망은 연초가 되면 아주 아주 커져서, 사람마다 다이어트, 금연, 운동 등 묵은해와 달리 살겠다는 온갖 결심을 한다. 당 연히 결과는 대부분 실패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 중 77퍼센트는 새해 결심을 일주일 정도 지키고, 고작 10퍼센트 정도가 ‘새로 고침’에 성공하는 편이다. 이유는 뇌 때문이다.
인생을 새로 고침 하려면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하고, 뇌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뇌를 바꾸는 일은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기에 아주 어렵 다. 뇌는 인간 몸무게의 2퍼센트만 차지하지만, 먹는 음식 에너지의 25퍼센트를 사용하므로, 진화적으로 뇌는 에너지를 되도록 적게 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뇌는 최소 노력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습관이 형성되면, 작동 패턴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 마치 여행을 가면 열심히 길을 탐색해서 최적의 경로를 찾으려 하지만, 회 사에 출근할 때에는 매일 비슷한 경로를 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일상적 과제를 반복 수행할 때 뇌는 보상치를 높이는 대신,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이를 반복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를 줄이는 쪽으로 움직인다(그러므로 좋은 삶을 살려면, 처음에 좋은 습관을 이룩하는 것이 무 척 중요하다). 심각한 병에 걸리거나 직장을 옮기거나 이사를 가거나 하는 식의 커다란 변화가 없는 경우, 인생을 고쳐 쓰는 것은 이래서 무척 힘들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삶을 리셋하는 능력도 타고났다. ‘후회하는 능력’이다. 실망과 후회는 다르다. 실망은 선택하기 전에 기대했던 값에 못 미친 후 생겨나는 감정이고, 후회는 A를 선택 한 후의 결과와 B를 선택했을 때의 기댓값을 비교했을 때 솟아나는 감정이다. 선택하지 않은 것 의 결과를 머릿속으로 떠올려야 하기에 후회는 영장류만 가지고 있는 고등한 능력이다. 후회를 진화시켜 왔기에 인간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면서 인생을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가장 유념할 것은 인간이 그다지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은 이상한 편향으로 가득하고,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며, 익숙한 경로대로만 생각하고, 잘못됐음을 알아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존재다. 인간 뇌의 기본 구조는 주변 환경이 느리게 변화하는 수렵채집 사회에 맞추어 진화했는데,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현대사회에서 살아가기에 좀처럼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변화하는 사회에 잘 적응하려면, 즉 창의적으로 살아가려면 서로 떨어져 있는 뇌의 영역들이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낯선 곳을 여 행하고,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며,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이들과 대화를 나누면 훌륭하다. 무엇보다 판단이 잘 안 서는 경우엔 일단 시도하고 실패하는 쪽이 나으며, 이를 사회적으로 도울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이 책은 뇌과학을 중심에 둔 채로 인간을 해부하고 사회를 통찰한다. 세계 경제에서 아이들 교육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관심은 정말 폭넓다. 책을 덮고 나면 든든한 가이드와 함께 온 세상을 여행한 것 같은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