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화재단

◈ 보 도 자 료 ◈
(2012. 10. 30.)

 

수신 : 문화부 문학담당기자(인물․동정담당기자)

제목 : 제20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선정

발신 : 대산문화재단(전화: 721-3203, 팩스: 725-5419) 담당 전성우

 

제20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시 부문 : 『그 모든 가장자리』 백무산 作

소설 부문 : 『어떤 작위의 세계』 정영문 作

평론 부문 : 『잘 표현된 불행』 황현산 作

번역 부문 : 스페인어역 『Los árboles en la cuesta 나무들 비탈에 서다』(황순원 作)

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共譯

희곡 부문 : 수상작 없음.

 

시 소설 각 5천만원 평론 번역 각 3천만원 등 총 1억6천만원 시상

시, 소설 부문 수상작은 외국어로 번역․출판

 

시상식 및 대산문화재단 창립 20주년 기념식

11월 29일(목) 오후 6시 30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1. 개 요

-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국내 최대의 종합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의 제20회 수상작을 선정, 발표하였다.

 

- 제20회 대산문학상의 부문별 수상작과 작가로는 시부문 백무산 作 『그 모든 가장자리』, 소설부문 정영문 作 『어떤 작위의 세계』, 평론부문 황현산 作 『잘 표현된 불행』, 번역부문 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스페인어 공역 『Los árboles en la cuesta 나무들 비탈에 서다』(황순원 作)가 선정되었으며, 희곡 부문은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수상작에 시와 소설부문 각 5천만원, 평론과 번역부문 각 3천만원씩 4개 부문에 총 1억6천만원의 상금과 함께 양화선 조각가의 소나무 청동 조각 상패가 시상되며, 시와 소설 수상작은 2013년도 번역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되어 해당 어권의 출판사를 통해 출판, 소개된다.

 

 

- 올해 대산문학상 수상작 선정 사유로 ▲시부문 『그 모든 가장자리』는 노동자 문학으로부터 삶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시 세계의 폭이 더 확장되어 새로운 시적 성취를 이루었다는 점 ▲소설부문 『어떤 작위의 세계』는 그동안 추구해온 비서사 소설의 진경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을 품는 품이 한결 넓어지고 편안해졌으며, 소설이 확실히 새로운 경지와 발화 지점에 이르렀다는 점 ▲평론부문 『잘 표현된 불행』은 특유의 긴장감 속에 문학에 대해 온갖 사유의 수단을 동원하여 말하면서도 그 신중하고도 예민한 문학적 사유의 깊이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 ▲최근 4년간 발표된 스페인어 번역물을 대상으로 한 번역부문의 『Los árboles en la cuesta 나무들 비탈에 서다』(황순원 作)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의 실존적 의미와 구원의 의미를 처절하게 되물으며 소멸되는 인물들의 굴곡진 모습을 생동감 있게 스페인어로 구현하면서 새로운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었다. ▲희곡 부문은 후보작들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작품의 주제와 말들이 이에 미치지 못하였으며, 자의적인 진술들로 인한 구성의 산만함과 말들의 과용에 의한 극적 상상력 추락 등이 지적되어 수상작을 내지 못했다.

 

- 대산문학상은 “개성적 시선으로 인간의 내면과 사회를 통찰하며 그 시대의 문학정신을 섬세히 드러내고 얽어낸 작품으로서 세계인과 함께 공유할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작품을 선정, 시상”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올해 심사대상작은 2011년 8월부터 2012년 7월까지 단행본으로 출판되거나 공연된 모든 문학작품이었다. 대산문학상은 매년 한국문학의 성과를 집대성하여 그 많은 작품 중에서 부문별 수상작을 단 1편 선정(공동수상이나 가작 없음)해야 하기 때문에 심사과정은 항상 치열한 토론이 이어지고 분위기가 더러 곤혹스럽게 되기도 한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르거나(시, 소설 부문), 단심제로 몇 차례의 모임을 거쳐 좁혀진(희곡, 평론, 번역 부문) 수상후보작들은 심사위원들에게 심한 선택의 고통을 안겨주었다. 평론은 만장일치, 번역은 심사위원 5명 중 4명의 찬성으로 수상작을 정하였으나, 시는 3대 1대 1로 수상작을 선정하였으며, 소설은 치열한 논의 끝에 3대 2로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중진 문인의 생명력과 한국문학의 풍요로운 결실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 대산문학상은 “민족문화 창달”과 “한국문학의 세계화”라는 대산문화재단의 설립취지에 따라 시․소설․희곡․평론․번역 등 5개 부문을 선정, 매년 시상하는 종합문학상으로 최근 1년 여 동안 단행본으로 발표된 문학작품 가운데 작품성이 가장 뛰어나고 한국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 시상하는 작품상이다.

 

- 예심은 고운기 김수이 이영광(이상 시), 권성우 권지예 방현석 소영현(이상 소설) 등 소장 및 중견문인, 평론가 7명이 6월 중순부터 약 세 달 동안 진행하였다.

 

- 본심은 김우창 김종해 김혜순 이시영 정과리(이상 시), 권오룡 김윤식 김인숙 윤후명 최인석(이상 소설), 박상현 안치운 오태석 이만희 한태숙(이상 희곡), 김치수 김현자 서경석 윤지관 황광수(이상 평론), 서성철 송병선 송상기 오리올미로 이용선(이상 번역) 등 중진 및 원로문인 평론가 번역가 25명이 8월 말부터 두 달 남짓 동안 장르별로 심사를 진행하여 수상작을 결정했다.

 

- 시상식은 대산문화재단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겸하여 오는 11월 29일(목) 오후 6시 30분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 대산문화재단 창립 20주년 기자 간담회 안내 - 일시 : 2012년 11월 27일(화) 오전 12시 장소 : 광화문교보빌딩 2층 라브리 내용 : 한국문학의 발전과 세계화를 위해 교보생명의 출연으로 설립된 대산문화재단이 창립 20주년을 맞아 신창재 이사장이 참석하여 지난 20년의 성과를 발표하고 새로운 비전 과 발전 방향 제시

 

※ 수상자 및 수상작품 사진은 재단 웹하드(ID/PW : daesanf) 대산문학상(제20회) 폴더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금일 기자간담회 사진은 요청하시면 E-Mail로 보내드리겠습니다.

 

 

 

 

 

 

 

 

2. 수상작 선정 경위

▲ 시 부문 : 『그 모든 가장자리』(백무산 作, 창비 刊)

본심에서는 예심에서 선정된 10편의 작품과 본심 위원들이 추천한 1편의 작품을 대상으로 논의가 이어졌으며, 박성우의 『자두나무 정류장』, 백무산의 『그 모든 가장자리』, 이수명의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장석남의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등 4권의 시집을 2차 심사에서 논의하였다.

『자두나무 정류장』은 말끔히 정제된 언어로 농촌 현실의 단면을 사진처럼 복원해내고 있는 시집으로,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은 실존의 고뇌를 기하학적 단순함 속에 압축해내는 데서 오는 사유의 암시가 풍부한 시집으로,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는 시인 특유의 감성적 세계가 삶에 대한 낙관적 깨달음으로 발전하고 있는 시집으로 평가 받았다.

결국 3차 심사에서 노동자 문학으로부터 삶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시 세계의 폭이 더 확장되었다는 평가를 받은 백무산의 『그 모든 가장자리』를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 소설부문 : 『어떤 작위의 세계』(정영문 作, 문학과지성사 刊)

2008년부터 장편소설만을 대상으로 한 소설부문 본심에서는 예심에서 선정된 8편 중 두 차례의 심사를 통해 최윤의 『오릭멘스티』와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 두 작품을 집중 논의하였다.

최윤의 『오릭멘스티』는 삶의 사소함과 엄중함을 극히 치밀하고도 냉정하게 묘사하는 것이 압권으로 입양의 문제가 사회적, 혹은 가족사적인 비극으로 묘사되는 대신 부유하는 존재의 문제, 존재가 품고 있는 일종의 질병과 같은 문제로까지 승화되었다는 호평을 받았으며,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는 그동안 이 작가가 줄곧 견지해왔던 비서사 소설의 진경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결국 몇 차례의 토론을 거쳐 기존의 작품세계를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독자들을 품는 품이 한결 넓어지고 편안해졌으며, 그의 소설이 확실히 새로운 경지, 혹은 발화의 지점에 이르렀다는 것에 많은 지지를 받은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 평론부문 : 『잘 표현된 불행』(황현산 作, 문예중앙 刊)

1차 심사에서 논의 대상으로 선정된 평론집은 12권이었으며, 두 차례의 심사를 통해 김수이의 『쓸 수 있거나 쓸 수 없는』, 황종연의 『탕아를 위한 비평』, 황현산의 『잘 표현된 불행』을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하였다.

『쓸 수 있거나 쓸 수 없는』은 꼼꼼히 시 읽기를 통한 애정 어린 시분석이 돋보였다는 평이었다. 그러나 네 권 가운데 1차 투표를 통해 『탕아를 위한 비평』과 『잘 표현된 불행』 두 권을 최종심에 올리고 집중 토론을 가졌다.

결국 오랜 기간 동안 문학적 사유에 대한 그 특유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비평적 작업에 담아낸 황현산의 『잘 표현된 불행』이 신중하고도 예민한 문학적 사유의 깊이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 번역부문 : 스페인어역 『Los árboles en la cuesta 나무들 비탈에 서다』(황순원 作, Ediciones del Ermitaño 刊) 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共譯

올해 번역부문 심사에는 지난 4년간 출간된 총 33권의 스페인어권 번역 작품이 후보로 추천되었다. 이 가운데 1차로 심사에서 『식물들의 사생활』(이승우 作 / 조갑동, 베르나르디노 에르난도 共譯), 『진술』(하일지 作 / 이혜경, 호세 카탈란 共譯), 『소라단 가는 길』(윤흥길 作 / 윤선미, 이강국 共譯), 『나무들 비탈에 서다』(황순원 作 / 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共譯), 『우리의 옛 노래』(임기중 편저 / 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共譯) 등 다섯 편의 작품을 최종 심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2차와 3차 독회를 거치며 원문과의 충실성 및 스페인어권 지역의 수용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여 『식물들의 사생활』과 『나무들 비탈에 서다』 2편이 최종 논의 대상이 되었다. 『식물들의 사생활』은 번역이 매끄러우며, 작중인물들의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를 식물성과 야수성에 빗대며 리듬감 있게 전개되는 원작의 구성을 무난하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의 실존적 의미와 구원의 의미를 처절하게 되물으며 소멸되는 인물들의 굴곡진 모습을 생동감 있게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실존이라는 보편적 물음을 통해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된 고혜선과 프란시스코 카란사 번역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가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 희곡부문 : 수상작 없음.

올 해 대산문학상 희곡부문의 최종 본심에 오른 작품은 김지훈의 「풍찬노숙」, 고연옥의 「지하 생활자들」, 김은성의 「목란언니」이었다. 세 작품 모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작품의 주제와 말들은 이에 미치지 못하다는 평이었다. 자의적인 진술들은 구성을 산만하게 만들었고, 말들은 과용하게 쓰여져 극적 상상력을 추락시켰다는 평가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수 차례 작품들을 세밀하게 읽고 토론하였지만, 애석하게도 올해 수상작을 결정하지 못했다.

 

※ 별 첨 : 3. 심사평(본심) 4. 수상자 약력 5. 본심 대상작 및 최종 논의작 6. 역대 수상작

3. 심사평 (본심)

 

시부문

첫 번째 본심 회의에서 심사자들은 예심을 통해 올라 온 열 권의 시집이 모두 상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시집임을 확인하였고, 한 심사위원의 발의에 의해 한 권의 시집을 추가해 전부 11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심사에 임하기로 하였다. 최종 후보작들을 고르기로 한 두 번째의 본심 회의에서 심사위원들은 사전 토의 없이 곧바로 투표에 들어갔는데 각자 네 권까지 추천할 시집을 적어내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는 당혹스러웠다. 2인의 심사위원에게서 표를 얻은 시집이 네 권이었고 나머지 일곱 권은 모두 1인의 표만 얻었으니(심사위원 중에는 네 권을 다 적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심사위원들의 판단이 얼마나 서로 다른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이는 현재의 한국 시의 경향이 무척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케 하는 증거라 할 수 있으며, 이 사실 자체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었다. 다만 미리 논의를 하지 않는 기계적인 선정 절차는 심사위원들 사이의 소통을 아예 차단해 버리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일단 정한 원칙을 돌이킬 수는 없는 법이라 이번에는 그 결과를 존중할 수밖에 없으나, 차후에는 좀 더 신중한 선정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여하튼 압축된 네 권의 시집은 박성우의 『자두나무 정류장』(창비), 백무산의 『그 모든 가장자리』(창비), 이수명의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문학과지성사), 장석남의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문학동네)(이상, 가나다순)이었다. 마지막 본심 회의에서 심사자들은 이 네 시집을 두고 썩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자두나무 정류장』에 대해서는 말끔히 정제된 언어로 농촌 현실의 단면을 사진처럼 복원해내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동화같은 묘사로써 삶에 대한 성찰을 다 담아낼 수는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렸다. 『그 모든 가장자리』에 대해서는 노동자 문학으로부터 삶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시 세계의 폭이 더 확장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방황의 심리적 늪이 깊어졌지만 시적 성취를 이뤘다고 할 수는 없다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렸다.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에 대해서는 실존의 고뇌를 기하학적 단순함 속에 압축해내는 데서 오는 사유의 암시가 풍부하다는 긍정적 평가와 이 전위적 실험이 독자와의 만남을 차단한다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렸다.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에 대해서는 시인 특유의 감성적 세계가 삶에 대한 낙관적 깨달음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너무 이른 달관을 보여주는 잠언들이 삶의 고통을 지워버리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엇갈렸다.

아무리 의견을 좁혀도 합의를 볼 수 없었고, 그리하여 결선 투표를 치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결과로 백무산씨의 『그 모든 가장자리』가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수상자를 축하의 말다발로 둘러싸며, 다른 후보자 모두에게도 올해 좋은 결실을 거두신 데 대해 경하와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심사위원 : 김우창 김종해 김혜순 이시영 정과리

 

소설부문

평범한 일상의 섬뜩한 붕괴와 그 후 입양으로 이어지는 한 가족, 두 세대의 이야기를 그린 최윤의 『오릭멘스티』는 삶의 사소함과 엄중함을 극히 치밀하고도 냉정하게 묘사하는 것이 압권이다. 파국으로 치달은 사소한 삶이 세상의 절벽에 남겨놓은 고아는 ‘오릭멘스티’라는 의미없는 말 한마디를 가진 입양아로 성장한다. 입양의 문제가 사회적, 혹은 가족사적인 비극으로 묘사되는 대신 부유하는 존재의 문제, 존재가 품고 있는 일종의 질병과 같은 문제로까지 승화되었다는 호평이 있었다.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는 그동안 이 작가가 줄곧 견지해왔던 비서사 소설의 진경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무의미한 삶, 우연이 우연으로 거듭되는 삶, 그러므로 필연도 의미도 없는 삶에는 그 어떤 줄거리도 드라마도 없다. 성공이나 실패의 신화도 없고, 상처나 고독에 대한 슬픔이나 냉소도 없다. 다만 그런 삶을 무연히 바라보며 대책없이 사색하는 것인데, 실은 그러한 사색조차 무의미하고 우연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그래서 작가는 그 지점에 주목하라고 말하지도 않고, 주장하지도 않고, 그저 농담을 날릴 뿐이다. 그 농담은 줄거리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또 농담으로 이어지며, 그 농담은 줄거리 없는 줄거리로 이어진다. 그의 인생은 그저 어느 한 장을 펼치면 새롭게 시작되는 단막극이다.

정영문이 기존의 작품세계를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이번 소설에서는 독자들을 품는 품이 한결 넓어지고 편안해졌다는 평이 있었고, 그의 소설이 확실히 새로운 경지, 혹은 발화의 지점에 이르렀다는 것에 많은 지지를 받았다.

최윤과 정영문의 두 작품에 대해 오랜 시간 격론이 벌어졌으나 심사위원 과반수의 지지로 정영문의 ‘어떤 작위의 세계’가 대상으로 결정이 되었다.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 권오룡 김윤식 김인숙 윤후명 최인석

 

희곡부문

희곡은 섬세한 말들의 예술이다. 보이는 말이 글이고, 들리는 글이 말인 셈이다. 그 말과 글 속에 진리가 숨겨져 있다면 그것은 예삿말과 글이 아니다. 희곡의 대사는 배우가 “백년에 단 한번 입을 열고 말해 울리는 것”이라고 안톤 체호프는 그의 희곡에서 배우를 통해서 말했다.

올 해 대산문학상 희곡부문의 최종 본심에 오른 작품은 김지훈의 「풍찬노숙」, 고연옥의 「지하 생활자들」, 김은성의 「목란언니」이었다. 세 작품 모두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작품의 주제와 말들은 이에 미치지 못하였다. 자의적인 진술들은 구성을 산만하게 만들었고, 말들은 과용하게 쓰여져 극적 상상력을 추락시켰다. 심사위원 모두는 최근의 희곡작품들이 한국연극의 위기와 더불어 힘겹게 생산되고 있는 현실을 바탕으로, 작품들을 세밀하게 읽고 토론하였지만, 애석하게도 올해 수상작을 결정하지 못했다.

희곡이 연극과 더불어 모든 인문학적 지식을 총괄하고 지성의 산물이라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다. 오래 전부터 인문학의 위기와 더불어 연극의 더 큰 위기를 말하는 데, 언제나 희곡의 몫은 인간과 사회를 통찰하면서 삶의 총체성을 담는 단순함과 심오함일 터이다. 그리하여 희곡은 말들의 상투성과 통속성에 저항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다시 처음부터 정진할 때이다. 옛날부터...

 

심사위원 : 박상현 안치운 오태석 이만희 한태숙

 

평론부문

이번 대산문학상 평론 부분 심사는 다섯 명의 심사위원에 의해 단심제로 수행되었다. 단심제이긴 하나 여러 번의 회의를 통해 단심제의 한계를 극복하려 노력하였다. 심사기준은, 끊임없이 요동치고 있는 현재의 한국문학을 얼마나 날카롭게 분석하고 의미화하였으며, 또 개성적으로 언어화하였는가에 있었다. 원로와 중견, 신인의 것을 막론하고 탁월한 문학적 감각과 비평적 감식력을 보여주는 평론집들이 다수 출간되어 있어서 심사에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 9월 7일, 대산문학상 평론 부분 심사를 위해 1차 모임을 가졌다. 해당연도에 출간된 대부분의 평론집들을 검토한 후 열세 권의 평론집을 일차적으로 선정하고 면밀한 독회를 가졌다. 10월 5일, 2차 심사회의에서 장시간의 토론을 거쳐 세 권의 책을 최종 후보작으로 추려냈다. 김수이 선생의 『쓸 수 있거나 쓸 수 없는』, 황종연 선생의 『탕아를 위한 비평』, 황현산 선생의 『잘 표현된 불행』이 그것이다. 심사위원 5인은 다시 이 작품들을 각자 검토한 후 10월 19일 만나 최종 심사를 진행했다.

이 비평집들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합의된 입장은 어느 비평집도 대상문학상에 값한다는 사실이었다. 김수이 선생의 비평은 그 꼼꼼히 시 읽기를 통한 애정 어린 시분석이 돋보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 권 가운데 1차 투표를 통해 두 권만을 최종심에 올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투표를 진행한 결과, 황종연, 황현산 두 분의 책이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 추가 토론을 진행한 후 투표를 통해 황현산 선생의 평론집 『잘 표현된 불행』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황현산 선생의 평론집을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오랜 기간 동안 문학적 사유에 대한 그 특유의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비평적 작업에 담아내왔다는 점에 있었다. “시는 모든 것에 대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끝까지 말하려 한다.”는 선생의 말처럼 이 비평집은 문학에 대해 온갖 사유의 수단을 동원하여 말하면서도 그 신중하고도 예민한 문학적 사유의 깊이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었다.

 

심사위원 : 김치수 김현자 서경석 윤지관 황광수

 

번역부문(스페인어)

2012년 번역부문 심사에는 총 33권(소설 24권, 시 8권, 기타 1권)의 스페인어권 번역 작품이 후보로 추천되었다. 심사는 이 번역 작품들을 대상으로 총 3차에 걸쳐 이루어졌다. 1차 심사는 번역 작품의 문학적 가치와 가독성을 기준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 『식물들의 사생활』(이승우 作 / 조갑동, 베르나르디노 에르난도 共譯) 『진술』(하일지 作 / 이혜경, 호세 카탈란 共譯), 『소라단 가는 길』(윤흥길 作 / 윤선미, 이강국 共譯), 『나무들 비탈에 서다』(황순원 作 / 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共譯), 『우리의 옛 노래』(임기중 편저 / 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共譯) 등 총 5권이 선정되었다.

2차 심사에서는 원문과의 충실성 및 스페인어권 지역의 수용가능성 등의 심사 기준이 추가되어 이루어졌으며, 최종 대상으로 『식물들의 사생활』, 『우리의 옛 노래』와 『나무들 비탈에 서다』가 물망에 올랐지만, 두 작품이 동일 번역자에 의해 번역되었음을 감안하여 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나무들 비탈에 서다』만 최종심에 올리기로 결정되었다. 비록 최종심에는 두 작품만 선정되었지만, 2차 심사에서 논의된 다섯 작품의 번역 수준이 높으며, 스페인어 번역이 본 궤도에 오르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심사위원들의 이견이 없었다.

최종심에서는 두 작품에 대해 열띤 논의가 진행되었다. 『식물들의 사생활』은 번역이 매끄러우며, 작중인물들의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를 식물성과 야수성에 빗대며 리듬감 있게 전개되는 원작의 구성을 무난하게 소화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말의 의성어 번역이나 원작의 문체를 다소 단순화시킴으로써 원작의 미묘한 느낌을 적절하게 살리는 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의 실존적 의미와 구원의 의미를 처절하게 되물으며 소멸되는 인물들의 굴곡진 모습을 생동감 있게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이는 전쟁의 트라우마로부터 극복하여 인간의 실존이라는 보편적 물음을 통해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지적되었다. 본 두 편의 작품을 투표에 붙인 결과 고혜선과 프란시스코 카란사 번역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가 압도적인 표차로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심사위원 : 서성철 송병선 송상기 오리올미로 이용선

 

 

4. 수상자 약력

▶ 시 부문 : 『그 모든 가장자리』 백무산

-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 시인, 1989년 이산문학상, 1997년 만해문학상. 2007년 아름다운 작가상, 2009년 오장환문학 상, 임화문학상 수상

- 1984년 『민중시』 1집에 「지옥선」 등 발표 등단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동트는 미포만의 새벽을 딛고』『인간의 시간』『길은 광야의 것 이다』『초심』『길 밖의 길』『거대한 일상』 등

 

 

▶ 소설 부문 : 『어떤 작위의 세계』 정영문

- 1965년 경남 함양 출생

- 서울대 심리학과 졸업

- 소설가, 1999년 동서문학상, 2012년 한무숙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

- 1996년 계간 <작가세계>에 단편소설 ｢겨우 존재하는 인간｣으로 등단

장편소설 『겨우 존재하는 인간』『핏기 없는 독백』『달에 홀린 광대』, 소설집 『검은 이야 기 사슬』『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꿈』『목신의 어떤 오후』 등

 

▶ 평론 부문 : 『잘 표현된 불행』 황현산

- 1945년 전남 목포 출생

- 고려대 및 동대학원 불어불문학과 졸업

- 평론가, 고려대 명예교수, 2012년 팔봉비평문화상 수상

- 1990년 계간 <문학과 사회>에 평론 「르네의 바다-불문학자 김현」으로 본격적인 활동

평론집 『얼굴 없는 희망』『말과 시간의 깊이』『말라르메의 '시집'에 대한 주석적 연구』, 역서 『라모의 조카』(디드로 作)『시집』(말라르메 作)『알코올』(아폴리네르 作)『초현실주의 선언』(앙 드레 브르통 作) 등

 

▶ 번역 부문 : 스페인어역『Los árboles en la cuesta 나무들 비탈에 서다』(황순원 作) 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共譯

▷ 고혜선

- 1950년 충남 예산 출생

-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 및 콜롬비아 카로이 쿠에르보대학원 중남미문학 전공 졸업

- 번역가, 단국대 스페인어과 교수, 2000년 칠레 가브리엘 라미스트랄 문화훈장 수훈, 2007년 한국문학번역상 수상

- 저서 『메스티소의 나라들』 『검은 전령』, 역서(스페인어역) 『서편제』『당신들의 천국』『바람의 넋』 등

▷ 프란시스코 카란사

- 1946년 페루 앙카쉬 출생

- 페루 국립대 및 콜롬비아 카로이 쿠에르보대학원, 스페인 국립대학원 졸업

- 번역가, 2007년 한국문학번역상 수상

- 저서 『마법의 도시 아이누』, 역서(스페인어역) 『바람의 넋』『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등

 

 

5. 본심 대상작 및 최종 논의작

< 시 >

작품	작가	출판사
유리체를 통과하다	고형렬	실천문학
와온 바다	곽재구	창비
자두나무 정류장	박성우	창비
그 모든 가장자리	백무산	창비
눈 앞에 없는 사람	심보선	문학과지성
북항	안도현	문학동네
나무, 나의 모국어	이기철	민음사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이수명	문학과지성
생년월일	이장욱	창비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장석남	문학동네
캥거루는 캥거루고 나는 나인데	최정례	문학과지성

 

< 소설 >

작품	작가	출판사
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문학동네
조드	김형수	자음과모음
태연한 인생	은희경	창비
별을 스치는 바람	이정명	은행나무
어떤 작위의 세계	정영문	문학과지성
유랑자	정 찬	문학동네
나의 삼촌 브루스 리	천명관	예담
오릭맨스티	최 윤	자음과모음

 

< 희곡 >

작품	작가	공연장
지하생활자들	고연옥	국립극장 소극장
목란언니	김은성	두산아트센터
풍찬노숙	김지훈	게릴라극장
내가 장롱롱메롱문 열었을 때	동이향	국립극장 소극장
빙하기2042	선욱현	아리랑아트홀
빨간시	이해성	혜화동1번지소극장

 

 

 

 

 

 

 

 

< 평론 >

작품	저자	출판사
쓸 수 있거나 쓸 수 없는	김수이	창비
끝에서 바라본 문학의 미래	이경재	실천문학
문학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남호	현대문학
매혹의 언어	이연승	역락
불확실시대의 문학	임헌영	한길사
운명과 자유	정현기	서정시학
문학의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한기욱	창비
예외들	함돈균	창비
문학권력 논쟁 이후	홍기돈	예옥
탕아를 위한 비평	황종연	문학동네
잘 표현된 불행	황현산	문예중앙

 

< 번역 >

원작	번역서	저자	역자	출판사
나무들 비탈에 서다	Los árboles en la cuesta	황순원	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Ediciones del Ermitaño
우리의 옛 노래	Cantos clásicos de Corea	임기중 편저	고혜선 프란시스코 카란사	Hiperión
소라단 가는 길	El camino a Soradan	윤흥길	윤선미 이강국	Barataria
진술	La confesión	하일지	이혜경 호세 까탈란	Editorial Verbum
식물들의 사생활	La vida secreta de las plantas	이승우	조갑동 베르나르디노 에르난도	Ediciones del Ermitaño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