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및 공지사항

제25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및 심사평 발표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17.11.07|조회 : 2352


제25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및 심사평 발표           

국내 최대의 종합문학상인 대산문학상의 스물다섯 번 째 수상작이 아래와 같이 선정되었습니다. 한국문학과 문화를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 시 부문 : 『여수』 서효인 作
 - 소설 부문 : 『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作
 - 희곡 부문 : 「불역쾌재」 장우재 作
 - 번역 부문 : 영역 『The Book of Korean Poetry : CHŎSON DYNASTY 한국시선집: 조선시대』
                   (맹사성 외 作) 케빈 오록(KEVIN O'ROURKE) 譯

심사평(본심)

▲ 시 부문
시 부문 본심에 올라온 10권의 시집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심사에서 5인의 심사위원들이 각자 선정한 다섯 권 중 종다수에 의해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문성해, 문학동네), 『슬픈 감자 200그램』(박상순, 난다), 『여수』(서효인, 문학과지성사), 『새벽에 생각하다』(천양희, 문학과지성사),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허수경, 문학과지성사) 등 다섯 권이 후보로 선정되었다.
이 다섯 권의 시집들은 모두 해당 시인들의 전작들과 비교해서 비교적 뚜렷한 진경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한 권의 시집으로서 주제적 측면에서나 방법적 측면에서 일정한 일관성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지는데,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는 일상의 순간들에서 길어 올린 깊은 시적 발견과 유려한 달변에서, 『슬픈 감자 200그램』은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긍정적으로 확장된 시세계에서, 『여수』는 구체적인 장소들에 대한 상투적이지 않은 발견의 힘과 통일성에서, 『새벽에 생각하다』는 노년의 삶에서는 드문 시와 삶을 대하는 정신의 결기라는 점에서,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는 삶에 대한 깊은 회의와 쓸쓸함에서 심사위원들의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 다섯 권의 시집을 대상으로 진행된 2차 심사에서는 투표를 통해 서효인의 『여수』가 심사위원 다섯 명 중 세 명의 선택을 받아 어렵지 않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여수』는 살 만하거나 아니면 살 만하지 못한 이 땅의 여러 장소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 그리고 모국어에 대한 깊은 천착이라는 점에서, 소외된 장소와 사람들을 제재로 한 상투적 현실인식에 안주하지 않는 풍성한 발견과 성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익숙한 여러 지역과 장소들에 대한 기성의 이미지나 역사성에 의존하지 않은 새로운 세대의 시선의 파노라마가 돋보인다는 점에서, 특히 시집 한 권에 구현된 주제, 제재 면에서의 통일성이라는 완성도의 측면에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보편적인 공감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시집이지 않겠는가 하는 데에 심사위원 전원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수』가 가진 이러한 장점들은 ‘세계인과 함께 공유할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는, 해외에 번역, 출판할 가치가 있는 작품’을 선정한다는 대산문학상의 또 다른 시상기준에도 잘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당선자의 더 많은 정진과 더 높은 성취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 김명인 김정환 신대철 유안진 이광호

▲ 소설 부문
소설 부문 본심작 여덟 편은 해당 기간에 출간된 비교적 우수한 장편소설들로, 저마다 많든 적든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역사나 르포와 구별되는 소설로서의 성취, 기존 소설의 관습을 넘어서려는 시도로서의 가치, 동시대 사람들의 기억과 경험에 질서를 부여하는 서사로서의 의의 등 여러 면에서 작품 간 격차가 컸다. 그런 만큼 심사위원 다섯 사람의 견해 차이도 커서 수상 후보작 편수를 다수결 투표로 줄이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최정화 씨의 『없는 사람』, 김희선 씨의 『무한의 책』, 손보미 씨의 『디어 랄프 로렌』이 최종 심사 대상으로 남았다.
『없는 사람』은 외국 자본의 횡포에 맞서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는 노동자들의 투쟁이라는 많이 알려진 사회 문제를 배경으로 삼은 이야기다. 그러나 노동과 자본의 대립을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쪽보다 노동자 탄압에 관여한 한 청년 노동자의 내면을 조명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술의 많은 부분이 그의 이중 감정, 즉 노동자들의 단합과 투쟁에 대한 공감과 그를 배신으로 몰아넣은 이유인 인정 욕망의 표현에 바쳐져 있다. 독자로서는 상반된 도덕적 가치들의 극적 충돌과 전개를 기대하게 되지만 이런저런 약점 탓에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다.
『무한의 책』은 SF와 스릴러의 장치들을 눈에 띄게 사용하고 있으나 대중서사의 능란한 전유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 마트료시카 인형 구조를 떠올리게 하는 다수의 서사 배치, 넓은 범위에 걸친 문학적, 문화적 텍스트 사이의 관계 설정, 철학적으로 훈련된 메타픽션적 의식 등이 돋보였다. 심사위원 중 한 사람에게 이 소설은 남성 폭력이 군림한 한국현대사의 트라우마와 대결하는 창의적인 픽션의 한 방식으로 이해되었으나 나머지 심사위원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다중 목소리의 서술이 혼란스러워서 또는 동원된 정보들이 너무 잡다해서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인상을 주었다.
『디어 랄프 로렌』은 미국 유학 중 좌절한 한 한국인 남자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며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이야기와 그가 조사한 랄프 로렌과 그의 양부 조셉 프랭클의 이야기를 액자의 안팎 관계로 겹쳐 놓고 있다. 랄프 로렌이라는 이름 때문에 실화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쉽지만 실은 모두가 허구다. 미국이라는 배경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삽화들, 뉴욕 브라이언파크의 아이스링크장에서 스케이팅을 하는 일본계 교수에서부터 마릴린 먼로의 생애에서 살아갈 용기를 얻어온 노동계급 출신 백인 부인에 이르는 삽화들을 보면 미국산 대중문화의 클리셰적 기표를 구사하는 솜씨가 각별하다고 느껴졌다. 반면에 서사 구성의 합리성, 서술된 인물과 세계의 리얼리티 등에 대해서는 의문을 금하기 어려웠다.
『무한의 책』과 『디어 랄프 로렌』 두 작품을 놓고 길게 토론이 이루어졌으나 합의는 좀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다수결 투표를 택한 결과, 『디어 랄프 로렌』이 『무한의 책』보다 한 표를 더 얻었다. 한 심사위원의 논평에 따르면, 수상작은 랄프 로렌 제품에 열광했던 세대의 경험을 반영한, 한 개인이 그 자신의 진실과 대면하는 과정에 관한 것이다. 다국적 소비문화의 영향 아래 자기인식의 언어를 배운 젊은 세대가 한국인 같은 주어진 동일성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자리에서 자신들이 누구인가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점에서 『디어 랄프 로렌』은 한국문화 지평의 초국가적 확대에 대응되는 서사적 상상의 발랄한 표현이라는 찬사에 값한다.
심사위원 : 은희경 임철우 조남현 한수산 황종연

▲ 희곡 부문
먼저 2015 8월부터 2017 7월까지 2년 동안 공연되었던 작품들의 목록을 받고 그 중에 개수 제한 없이 희곡을 추천하기로 하였다. 추천받은 희곡은 총 24개 작품이었고 이를 읽어오는 것으로 1차 모임을 대신하였다.
2차 모임에서는 그 동안의 희곡이 다양하며 수준작이 많다는 이야기로 논의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작품을 복수 추천하였는데, 2표 이상을 얻은 작품은 이상우 작「꼬리솜 이야기」, 오세혁 작「보도지침」, 장우재 작「불역쾌재」, 백하룡 작「고제」였다(작품의 순서는 초연 시점이 이른 작품부터이다).
1표를 얻은 작품들로, 김은성의 「썬샤인의 전사들」은 역사와 개인의 문제가 몽타주로 구성되었고 ‘똑똑’이라는 노크소리가 연극적 메타포로 작용한 잘 쓴 작품이라는 평과 단발적인 이미지,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다는 평이 있었다. 이양구 작「씨씨아이쥐케이」는 해방기에 인물들과 사건이 구체적이며 작가의 경향과 진지함이 느껴진다는 평이 있었다. 윤기훈 작「종이달」은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으며 종이달이라는 메타포를 여러 층위로 다루어 문학성과 시적 표현을 이루었다고 언급되었다.
그리고 2표 이상을 얻은 작품으로 이야기를 옮겼다. 「보도지침」은 시의성은 있지만 중요한 대목에서 언어가 무게를 잃고 가벼워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고제」는 운동권 이야기가 옳고 그름이 아닌 현대 자본의 흐름을 따르고 있어 좋았다는 평가와 언어가 상투적이라는 아쉬움이 토로 되었다. 「꼬리솜 이야기」와 「불역쾌재」에 대한 논평을 한 후에, 다시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작품을 추천하기로 하였다. 이 때 선정된 작품은 「꼬리솜 이야기」「보도지침」「불역쾌재」「종이달」이었다. 4작품에 대해 각론이 아닌 총평을 하면서 「꼬리솜 이야기」와 「불역쾌재」를 최종 후보에 올리기로 하였다, 두 작품 중에 어느 작품이 선정되어도 만족할 만하다는 데에 일치를 보았고, 두 희곡을 다시 읽고 심사숙고한 후에 3차 심사에 모이기로 하였다.
3차 모임에서 읽고 난 소감을 각자 발표하였다. 「꼬리솜 이야기」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사건을 풍자와 알레고리로 희화화한 작품으로, 일생 희화화를 추구한 작가 이상우 식의 삐딱하게 보기가 진실성과 함께 녹아있는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다. 세기말적 경고와 불안감이 우화적으로 엮여있는 공들여 쓴 수작이라는 데 모두 동의하였다. 「불역쾌재」는 역사적 소재에서 취한 가상의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우며 관념적인 주제가 놀이라는 연극적 장치와 잘 어우러져 있다고 평하였다. 장우재 작가는 주관적이며 변두리적인 시각이 있는데 그것을 우직하게 밀고나가 언어가 가벼운 오늘의 희곡세계에 자신의 문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을 얻었다. 단점도 동시에 논의 되었다. 「꼬리솜 이야기」는 사건에 대한 작가만의 시각이 언어화되지 않아 풍자가 약해졌다는 지적이 있었다. 「불역쾌재」는 에피소드들이 전체 주제에 귀속되지 않아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바가 모호해졌다는 비판이 있었다.
단점을 이야기하면서도 장점에 훨씬 무게중심이 쏠려있었다. 두 작품 다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하기에는 미흡함이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우수하며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을 모두 공감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두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난감함 속에서 투표를 하였고, 그 결과 3표를 얻은 「불역쾌재」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작품이 가진 상상의 여지와 작가의 문학적 글쓰기에 큰 기대를 하며 심사를 마무리하였다.
심사위원 : 이만희 이미원 이윤택 이화원 최진아

▲ 번역 부문(영어)
2017 25회 대산문학상 번역부문(영어)의 심사대상으로 지난 4년간 국내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영역본 총 72권이 제출되었다제출된 영역본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번역이 균질하여서, 이번 심사의 기준을 첫째, 외국 독자들이 읽기에 수월한 가독성에 근거한 균형있는 번역인가, 둘째원작 작품이 한국문학을 대표하여 해외에 번역, 출판할 가치와 의의가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5명의 심사위원들은 작품을 나누어 읽은 후 2회에 걸쳐 심층 토론하였다. 첫 번째 논의에서는 5명의 심사위원이 각자 2권의 영역본을 선정하였고, 그 후에 각 위원이 장시간 진지한 논의 끝에 전반적으로 번역의 가독성, 한국문학의 대표성에 근거하여 5권을 엄선하였다.  5권을 두고 5명의 심사위원들은 마지막 모임에서 장시간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이기영 외 테오도르 휴즈/이진경/김재용/이상경이 번역한 『Rat Fire: Korean Stories from the Japanese Empire 식민지 시대 프롤레타리아 문학선집』(Cornell East Asia Series) 은 실험성군집성이 있고 짜임새를 갖추어 자료적 성격으로 뛰어나지만, 전반적으로 작품 선정에서 균형성이 드러나지 않고 또한 번역이 미진한 부분도 군데군데 있어 전체적 통일성이 부족하였다
조영실이 번역한 김광규의 시집 『One Day, Then Another 하루 또 하루』(White Pine)은 번역에 몇 군데 오류가 있지만, 원작 시인의 예리한 문학적인 감수성이 적절한 시어로 짜임새 있게 잘 번역되었다
김소라가 번역한 황석영의 『Princess Bari 바리데기』(Garnet Publishing Ltd)와 신경숙의 『I'll Be Right There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Other Press)는 두 작품 다 흥미로운 언어로 잘 번역되었다. 하지만 원작의 언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번역자의 목소리가 더 강하게 재구성되었고 원작자의 문체가 잘 살려지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었다. 한편으로는 두 작품이 모두 김소라 씨의 번역작품인 관계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다.
케빈 오록의 『The Book of Korean Poetry : CHOSŎN DYNASTY 한국시선집 : 조선시대』(Stallion Press)는 작품 선정과 편집의 측면에서 유기적인 연관성이 부족하지만 가독성이 높다는 소회가 많았다. 수십 년간 한국에 체류하면서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한국문화와 역사, 그리고 시조를 이해해 왔고 번역자로서 고민의 흔적과 함께, 오랜 기간의 노력이 엿보이는 결과물이라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의견이었다.
대산문학상 번역부문(영어)의 심사대상으로 엄선된 다섯 편을 놓고 심사위원들이 장시간 토론하면서, 다섯 편 전체가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대체로 가독성이 높고 원어민의 언어적 감각을 지닌 번역 작품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최근 들어 전반적으로 번역수준이 향상된 듯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특히 영역본과 원본을 대조해보았을 때 언어전환에서의 직역의역의 문제와 한국적인 감성과 정서가 외국인들에게 잘 이해되고 전달되고 있는가하는 문화번역의 문제가 지금까지 대산문학상 번역상 부문의 논의의 중심이 되어온 점이 잘 반영되고 있다는 데 공감하였다. 이에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고전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또한 외국인들도 한국의 고전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문맥에서, 이제는 소홀히 다루어진 한국문학 번역의 뿌리를 평가해 봐야하지 않는가라는 문제가 심사위원들 사이에 제기되었다.
최종 논의의 결과, 최근 한국의 고전문학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한국의 얼과 문학성을 되살리는 기회를 부여하면서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케빈 오록의 『The Book of Korean Poetry : CHOSŎN DYNASTY』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심사위원들이 의견을 모았다.
2017 25회 대산문학상 번역부문(영어)의 수상작으로 케빈 오록의 『The Book of Korean Poetry : CHOSŎN DYNASTY』로 심사위원 5인 만장일치로 결정하였다.
심사위원 : 김영민 스티븐 카프너 장경렬 정덕애 피터 웨인 드 프레머리